"아이의 호기심은 무죄" - 코리아이비인후과 반월당 스페셜
강동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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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7.08.25 22:15
다섯 살 남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진료실에 왔어요. 걱정스러운 표정의 엄마와는 달리 아이는 떨떠름한 표정입니다.
- 얘가 코에다 뭘 넣는 걸 봤는데,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. 한번 봐주세요. 지금 코도 막힌다고 하고.
한창 코를 파고 뭔가를 넣고 싶어 할 때이죠. ^^ 바로 내시경을 넣어 확인했어요. 다행히도 아이는 협조가 잘 되는 편이었습니다.
내시경으로 보니 시커먼 덩어리 같은 것이 코 안쪽을 꽉 막고 있었습니다.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재질의 이물인데, 순간 살짝 긴장이 됩니다. 대부분 레고류의 작은 크기의 장난감이나 구슬 등을 넣곤 하지만 이 아이의 코 안쪽 이물은 아주 낯섭니다. 느낌이 물컹한 것이 자칫하면 코 안에서 다 분해될 것 같은 예감도 들었어요. 그래서 아~주 조심스럽게 이물을 잡아서 빼냈습니다.
중간쯤까지 빼고 보니, 이건 파란색 클레이였습니다.^^;;
이쯤 빠졌을 때 진료실에 있던 모두가 다 같이 빵 터졌어요. 진료 보면서 이렇게 웃기는 처음이네요.
어머니는 어이없다는 듯이 혼잣말을 내뱉습니다.
-아들, 넌 저 큰 걸 힘들게 왜. 굳이 넣었을까..
코에 저 클레이를 넣은 이유는 아이만 알겠지요. 하지만 뭐 별 이유가 있을까요? 두 가지 중 하나겠죠
너무 심심함 vs 정말 호기심
written by 강동훈
photo by 박병성
photo edition by 강동훈
photo by 박병성
photo edition by 강동훈
assisted by 강기훈
Illustration from "https://npschleiden.jusbrasil.com.br/artigos"
[이 게시물은 강동훈 원장님에 의해 2024-08-19 10:56:07 코리아 에세이에서 이동 됨]